'시네마천국(신 시네마천국 = 감독판)' 리뷰와 첫사랑의 기억.

명작영화들을 훑다보니 시네마천국까지 왔다.
어쩌면 가장 먼저 봤어야하는 영화일 수도 있으나, 뇌리에 떠오리지 않다가. 그냥 문득 떠올랐다.
내가 본 버전은 감독판이라는데,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시네마천국과 많이 다를지 모르겠군.



다소 긴 런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재미있게 보았고, 다 본 후에도 격정적인 감정.
음.. 이 영화를 젊은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 (내가 많이 늙진 않았지만... ㅋ)

사랑, 추억 그리고 회한.
누가 말했던가, 과거는 기억속에서 아름답게 채색되어 추억으로 빛난다고.
내 이십대 초반의 격정과 수많은 후회와 회한들이 떠올라 멍하니 앉아 그냥 소주한잔 하고 싶어진다.

이전버전에서는 토토와 일레나의 이별에 얽힌 뒷이야기(알프레도의 거짓말)과 재회부분이 없다고 하는데, 어쩌면 그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 굳이 지렁지렁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그 느낌은 분명하리라.

감독판을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생각해볼만한 문제. 알프레도는 왜 거짓말을 했을까?
나도 나름 생각해본 바. 알프레도는 10살때부터 영사기를 돌렸고, 주말에도 크리스마스에도 좁은 영사실에서만 청춘을 보냈다. 그리고 맞이한 중년. 게다가 시력의 상실.

토토가 영사기를 돌리기 시작한 것도 비슷한 나이일테니.. 알프레도는 토토와 가까워지면서 그를 분신으로 여겼으리라. 다시 태어난다면, 알프레도는 다시태어난다면 지긋지긋한 영사실이 아닌 세상에 나가 무엇인가 이루고 싶었겠지. 현실의 소소한 행복에 안주하는 것은 원치 않았을 것이다. 뭐. 그야 그렇게 살아봤으니까.

하지만. 토토는..?
그 회한은 어떻게 감당할까..

사실. 끝을 보지 않은사랑이 더 아름답다. 누가 말했던가 사랑의 완성은 이별이라고.
토토가 일레나와 야반도주해서 지지고복고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연예하면서 알지못했던 같이 살아봐야 아는 수 많은 문제점들을 발견하게 되고 싸우고 실망하고 기어이 절망하여, 더 이상 무엇인가를 기대하기 힘든 지경에 까지이른다는 보장은 없지만. 젊은 날의 사랑. 특히 첫사랑은 언제나 뜨겁고 이루어지기 힘들더라.

그렇다. 특히 첫사랑일 수록 연애의 대상은 환상속의 그대이기에 환상이 깨진다음은... 뭐 그렇다.
알프레도도 일레나의 부모들도 자신이 살아온 바에 근거하여, 자신의 삶에서 배운바를 토토와 일레나에게 각각 더 좋다고 생각하는 삶을 강요했다고나할까? 그들의 조언들이 어쩌면 옳을 지도 모른다.

나도 고3때 경영학과 가라는 담임선생과 부모님 그리고 형의 말을 완전히 무시하고 내 로망이었던 사학과에 입학했었지. 그리고 1년만에 후회했었다는 ㅋㅋㅋ.


삶은 그렇더라. 해도 후회하고 안해도 후회한다.
어떻게 살았어야 옳았다는 것은, 혹은 좋았다는 것은 시간이 지나도 애매하기만 하다.


시네마천국을 보고 광주로 내려갔다. 내가 광주를 떠난지 어언 12년. 뭐 토토처럼 집에 한번도 안가거나 한건 아니고 일년에 두세번은 갔으니. 감회가 그렇게까지 남다르진 않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내려갔더니 그냥 이런저런 감상이 내 몸을 뒤흔든다. 토토는 성공이라도 했지. 아직 이루어놓은 것이 없는 슬픔이란.

그리고 내 첫사랑.
연애시절에는 우리집과 그녀의 집은 거리가 매우 멀었다.
내가 서울에 있는 동안, 우리집이 그녀의 집 아래로 이사왔다는 것은 참으로 공교롭다.
이 동네와 특별한 인연이 있나보다. 하지만 그녀는 나와 헤어질 무렵 이사를 갔었더랬다.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냥 추억이 있는 장소들을 찾아다녀본다.


<그녀가 살았던 라인아파트 : 왜 하필 이 밑으로 이사왔을까 ㅡ.ㅡ>

<그녀와 처음만난 동아외국어 학원 : 여기서 같이 중국어를 배우다가 만났다>


<그리고 금남로 지하상가 : 고등학생때라 돈이 없었다. 한 겨울 지하상가의 통로를 무한으로 걸어다녔지>





<아래는 내 추억의 장소는 아니지만, 그냥 폐업하는 듯한 영화관 : 웬지 시네마천국에서의 영화관이 떠오르는군>



몇 년전, 어찌어찌 수소문해서 그녀에게 메일을 보낸적이 있다.
내가 메일주소를 알기위해 그녀의 지인과 접촉한 것에 대해 화내더라.
그냥 난 잘 사는지 궁금했을 뿐인데.
그 때, 말보로가 생각났었다. 근거있는 소문인지는 모르나, 말보로가 '남자는 영원히 사랑했던 여자를 기억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남자의 로망이다' (맞나?) 라는 뜻이란다. 과거는 역시 오수정이라는 것.


난 토토와는 달리 싸우고 헤어졌더랬다. 그래 어쩌면 토토처럼 자의가 아닌 타의로, 끝을 보지 못하고 헤어졌다면 영원히 기억속에서 그녀는 웃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그녀의 기억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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