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이야기 : 머리형인간 '이순신'
소프트 웨어 머리형 가슴형 장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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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치관) 아는게 힘, 지식, 정보 사람이 재산, 인맥 현찰, 몸이 재산,
사실과 진실, 효율적 이미지 관리 중요 힘. 현장. 영역.
공사구분, 감정절제 분위기, 느낌 확! 죽여버릴래! 18!
되도록 눈에 안 띄게 눈에 띄어야 해
사는법 어떻게 하면 힘안들까 혼자 있는게 싫어 한번 가보자
(힘들잖아!) (외롭잖아!) (제대로해!)
의사결정 왜죠?? 나랑 친하냐? 이런~ 싸가지
객관적, 합리적, 마음, 인간성 예절, 기본, 체험, 경험
논리적. 근거, 숫자 인맥, 지연, 학연, 혈연 일단 해봐
(이성파) (감성파) (행동파)
일 순서 되면 한다 그때그때 달라 하면 된다
60% 생각하고 행동 맘에 들면 해 일단은 가보고, 가보니 아니네?
감정 기복 없음 감정 기복 심함 화를 내고 안내고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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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순수한 머리형/가슴형/장형은 없고 나름의 비율로 성격이 혼합되어 있다고하지만, 사람마다 주된 성질은 있다. 나같은 경우는 머리형에 가까웠고, 장형인간들과 충돌이 좀 있었다. 위에서 보는 것처럼 머리형인간들은 '되는 일을 한다' 이에 대해 장형인간들은 '패기가 없다.' 혹은 '약아빠졌다' 라고 하지만, 뭐.. 내가 머리형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그런 비난은 '되면'의 의미를 잘못파악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된다. 안된다'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시뮬레이션이 바탕에 깔리기 때문이다. 주어진 상황에서 주어진 안건에 대해 머리속으로 시뮬레이션해봤을때, 답이 없어보이는 도전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머리형인간들은 일을 하기 전에 시뮬레이션이 필수이다. 마치 이순신과 같이.
이순신은 16전 16승의 전승신화로 유명하다. 혹자는 그가 전승했던 비결에 대해 다양한 이유를 붙이지만, 적과 아군의 힘을 분석하고 아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끄는 병법의 기본을 지킨 결과라고 말하고 싶다.
당시 조선수군의 주력은 판옥선. 그리고 일부 거북선. 일본 수군의 주력은 누각선과 안택선이었는데, 이를 대강 비교해보면 일본배의 경우 기동력이 좋지만 배가 약한 편이고 조선배의 경우 기동력은 다소 부족하지만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대포의 적재이다. 판옥선이든 거북선이든 튼튼하게 만들어져 대포를 적재하고 쏠 수 있지만, 일본배의 경우 대포를 적재하고 쏠경우 갑판이 부서질 정도로 약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시 일본의 수군전술은 대포를 사용하지 않고 빠른 누각선을 타고 돌진해서 서로 갈고리 걸고 백병전을 벌이는 뭐.. 그런 식이었다.
정유재란 때는 누각선등에 대포를 달고 나와 같이 쏘기도 햇지만, 일본의 대포운용능력은 형편없었고 갑판에 대포를 놓고 쏘는 것이 불가능하다보니 아래그림처럼 엽기적으로 천장에 매달아 놓고 쏴야했다. 당연히 조준은 불가능했다. 그냥 가까이 가서 정해진 방향으로 쏠뿐.
이순신의 방법은 간단했다. 돌격해오는 적을 향해 일열로 배를 늘어놓고 대포를 마구쏜다. 누각선같은 허술한 배는 대포 한발이 명중한다면 그냥 침몰이었다. 적이 많아 살아남은 적선이 가까이온다면? 천천히 뒤로 후퇴하면서 계속 대포를 쏘니 마치 스타크래프트에서 마린이 질럿을 잡는 형국이다.
공격시에는 주로 어린진을 이용했다. 이는 초승달모양으로 적을 반포위하는 진형으로 대포의 사거리를 일정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적들의 수가 줄면서 자연스럽게 완전히 포위하게 된다. 혹자는 적들은 총을 안쏘냐고 묻겠지만, 조총은 현대의 총에 비해 질적으로 차이가 심하다. 최대사거리는 200m, 유효사거리는 100m정도라고 하지만 이십보밖에서는 조준사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이는 활의 사거리보다도 못하고 대포의 사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거리다.
이순신의 필승비법은 정유재란이전에는 대략 위와 같이 아군과 적들을 비교분석하고 아군의 피해가 최소화되는 방법을 시뮬레이션하여 그대로 실행하는 머리형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모두들 아는 바와같이 정유년 2월 이순신은 투옥된다. 혹자는 간신배의 모함을 받아서, 뇌물을 주지 않아서 등으로 미화하지만, 사실 이순신이 대역죄를 저지른 건사실이다. (당시의 관점에서) 이기는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을 경우 무조건 전투를 피하는 머리형인간답게. 조정의 명령일지라도 당시 조선왕인 선조의 명령일지라도 질것이 뻔한 전투는 모두 거부했다.
대표적인 사건이 '부산진공작전' 이순신의 연이은 승전보에 고무된 선조와 조정의 중신들은 그에게 전 수군을 이끌고 부산진으로 진공하여 수복할 것을 명한다. 무리한 요구였다. 이순신은 불가한 이유를 논리적으로 적어 장개를 올렸으나, 선조는 그의 항명에 대해서만 화낼 뿐이다. 머리형 인간을 괴롭히는 뇌없는 인간은 어느시대에나 있다.
또하나의 사건은 '가등청정체포사건'이라고 불리는 미확인사건. 임진왜란 당시 일본의 세 선봉장 중, 소서행장과 가등청정은 서로 공을 다투며 유독 사이가 안좋았다고 한다. 소서행장이 가등청정을 제거하기 위해서 가등청정의 비밀행보를 조선에 비밀리에 알렸고, 이를 입수한 조정은 이순신에게 가등청정을 체포하기 위해 출정할 것을 명한다. 이순신의 대답은... NO. 확실하지 않은 정보였기 때문이다. 만약 성공한다면 적의 사기를 크게 꺽고 가등청정 직속부대의 발을 묶어 (당시 일본은 봉건제이기에 가등청정이 없으면 그의 영지군은 후퇴할 수 밖에 없다.) 적의 전력을 약화시킬 수 있겠지만, 거짓정보라면 이순신이 오히려 당할 수 있는 상황. 후에 이에대해 이순신이 잘못했다고 지적하는 학자들과 가등청정의 행보에 대한 정보는 이순신을 제거하기 위한 일본측 계략이라는 주장이 맞서기도 했다.
아무튼 진상이 어떻든 이순신이 조정의 명령을 거부한 것은 여러번이었고, 그에게는 항명죄와 대역죄가 성립할 수 밖에 없었다. 가장 치명적인 건 선조에게 크게 밉보인 것이라라. 가뜩이나 의심많고 밴댕이 소갈딱지인 선조가 자신의 명령을 거부한 장군을 살려둘리 없다.
이순신이 옥에 갖힌 몇개월 후, 일본은 정유재란을 일으킨다. 이순신을 대신해 삼도수군통제사가 된 원균은 어떻게 싸웠을까? 그는 임진애란이 일어나기 얼마전까지만해도 함길도에서 야인들을 무찌른 나름 명장이었으니 그의 방식은 이렇다. '전군 돌진! 그리고 원균은 그 선봉에 서서 적들을 마구 죽인다. 그의 무위에 적들의 사기는 꺽기고 아군의 사기는 고취되어 승리하는.. ' 뭐 그런 방식이다. 그는... 울트라리스크였다. 문제는 그가 수군에 와서도 동일한 방법을 사용했다는거다. 백병전에 능한 일본군과 그들의 병기 조총을 무시하고 그저 돌격할 뿐. 그에게 이순신의 어린학익진은. 대포사격은 남자답지 못한 것으로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오랫동안의 내전으로 백병전에 단련된 일본군의 무위를 농민출신의 조선수군이 따라잡기는 힘들었을 거다. 당연히 장렬히 산화해 주신다. 혹자는 그가 도망갔다고 하지만, 믿을 만한 소식통에 따르면 그렇게 비겁한 인간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저 뇌가 없을뿐.
원균을 대신해 이순신은 급히 파견된다. 그에게 남은 건 열두척의 배. 적들은 수백척. 이건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이기는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비장의 카드 올돌목을 꺼내드니 (아마도 이 일이 있기 훨씬 전에 물색해둔 곳이 아닐까?) 강한 올돌목 물살앞에 허술한 누각선과 안택선들은 심하게 흔들리며 난파되기 일수였고 이보다는 튼튼하고 큰 판옥선은 비교적 멀쩡하게 해협을 통과한다. 그리고 살아나은 적들에게는 이순신표 대표세례까 기다렸으리라. 이른바 명령해전 12대 333의 전투를 승리하게 한 것은 그의 심모원려와 천운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했으리라.
명량해전 후 전열을 정비한 이순신은 또 다시 승리방정식을 계속 써갔으며 노량해전에서 승리와 함께 명장은 죽음을 맞이한다. 어쩌면 그곳에서 이순신이 죽은 것은 운명이었으리라. 비록 전쟁에 승리했다고 하더라도 그의 삶을 선조는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조정중신들 또한 큰 공을 세운 이순신이 자신들의 자리를 위협할까봐 그를 견제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혹자는 그의 전사를 자살로 추측하고, 심지어 조선군 중의 암살자에게 살해된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비운의 천재 이순신. 차라리 내가 읽은 어떤 황당한 무협지에서처럼, 죽음을 가장하고 중국으로 넘어가 무림맹주가 되었다면 오히려 좋겠다.